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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자전거 여행_김훈

서교동 이박사 2018. 9. 20. 15:36

[책] 자전거 여행_김훈

 

 

 

 

p12.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가서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도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p.13 생의 신비는 반짝이면서 부서지고 새롭게 태어나서 흐르고 구른다.

땅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p28. 된장의 친화력은 크고도 깊다....

된장과 인간은 치정관계에 있다.

된장국물과 내이 건더기와 인간은 삼각 치정관계이다....

 

 

p29. 달래는 냉이와 한짝을 이루면서도 냉이의 반대쪽에 있다.

똑같이 메마르고 거친 땅에서 태어났으나 냉이는 그 고난으로부터 평화의 덕성을 빨아들이고, 달래는 시련의 엑기스만을 모아서 독하고 뾰족한 창끝을 만들어낸다.

 

 

p43. 현세의 질곡 속에서 끝없이 배반당하는 인간의 모든 꿈은 산에 의탁되었는데,

배반당한 꿈들이 빚어내는 관념의 산은 인간의 원급법에 따라서 멀거나 가깝다.

 

p45. 여기는 맑은 땅이다. 푸성귀가 제 향기를 지니고 있고 공기가 맑아서 말소리가 또렷이 들린다.

 

p79. 재첩국은 하동 포구를 대표하는 국물이다. 비싸지 않고 요란하지도 않은 음식이 한 지방을 대표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하동 재첩국은 순결한 원형의 국물이다. 여기에는 잡것이 전혀 섞여 있지 않다.

 

 

 

 

p147. 풍경은 인간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지만, 인간이 풍경을 향해 끝없이 말을 걸고 있다. 그러므로 풍경과 언어의 관계는 영원한 짝사랑이고, 언어의 사랑은 짝사랑에서 완성되는데 그렇게 완성되는 사랑은 끝끝내 불완전한 사랑이다. 언어의 사랑은 불완전을 완성한다....(중략0 밀물에 조강은, 깊숙이 밀린다.... 썰물에 조강은, 가쁜숨을 길게 내쉬면서 바다로 내닫는다.

 

p186. 마암분교 아이들 머리 뒤통수 가마에서는 햇볕 냄새가 난다. 홁향기도 난다. 아이들은 햇볕속에서 자란다. .... 이 아이들은 억지로 키우는 아이들이 아니다. 이 아이들은 저절로 자라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나무와 꽃과 계절과 함께, 저절로 큰다.

 

 

p225. 갯벌은 막는자의 것이다. 공유수면은 사유토지로 바뀌어 간다. 서산간척지는 현대그룹의 땅이고 인천 간척지는 동아그룹의 땅이다.....(중략) 드러난 바다의 속살은 인공과 자연, 연속과 단절, 물과 땅 사이에 끼여서 바래어지는 시간의 풍경을 보여준다. 드러난 바다의 속살이 낮은 언덕과 고랑으로 끝없이 출렁거리면서 지평선에 닿는데, 언덕은 이내 말라서 허연 소금을 뒤집어썼고, 고랑은 때때로 비에 젖어 아직도 습하다.

 

 

 

 

 

 

나는 달린다!!

 

 

 

서교동에서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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